국가적인 차원에서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의 일환으로 지식경제부에서 10월 28일에 「WBS 프로젝트」 모바일SW, 무인기SW 등 5개 컨소시엄 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엿습니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부터 줄기차게 제기했던 문제입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국내에서도 다시금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가분들께서 지금까지도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세계에서 통용되는 국산 소프트웨어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에 국내 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멋진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시장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Accessibility)를 지키는 것입니다. 본 계획에서 밝혔듯이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목적으로 국내 SW R&D 최초로 SW품질관리 전담기관(SW공학센터)을 지정하여 SW 개발 全 과정을 수시로 점검하고 문서화시키는 품질관리(Quality Management)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본 관련 정책이나 국내의 소프트웨어 품질 체계, 인증(GS 인증마크 등)에서는 접근성이 무시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장애인이 몇 명이에요, 장애인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어디 있어요, 다른 기업들과 무한 경쟁에서 접근성을 고려하다가는 늦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출시하기도 바쁩니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항상 접근성은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많이 인식되는 것이지요.
본 정책은 국내가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입니다. 이에 반드시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접근성이 많이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를 전부 개발한 이후에 장애인을 위해 몇 가지 대체 제품을 제공하는 식의 정책은 이 번에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조금씩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접근성은 기획단계, 초창기 구상단계에서 부터 고려할 때 최소한의 비용과 노력이 든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몇 가지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전 세계 시장에서 장애인, 노인 등의 인구 분포
저의 이전 블로깅인 웹 접근성 관련 통계 – 장애인 현황, 접근성 등 에 나타나듯이 장애인 인구와 노인 인구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1) 전 세계 인구의 약 10% 정도가 장애인 (출처: UNDP)
2) 5천 4백만명, 미국 전체 인구의 19%가 장애인 (출처: 2010년 장애인 통계, 미국 통계국)
3) 유럽연합의 인구 중 약 15%가 장애인 (출처: 유럽연합, eAccessibility COM(2005))
전 세계 인구의 10%를 놓치고서 세계를 선도하는 제품이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2.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 시장에서의 접근성 의무화 정책
미국의 경우에는 재활법 508조(Section508)이라는 법률을 1998년에 제정하여 2001년 이후로 미국 연방정부 및 소속기관에서 구매, 개발, 유지 및 보수하는 제품들에 대해 접근성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미국의 주에서도 동 법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살펴볼 때 미국에서 가장 큰 소비자의 한 명인 정부기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접근성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동 법률의 기술적 조항인 “§ 1194.21 Software applications and operating systems”에서 소프트웨어가 지켜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 조달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기본적 사회생활 보장을 위해 미국 장애인 법(ADA), 영국의 장애인 차별금지법(DDA) 등 인권적 법률을 제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얼마 전인 10월 8일 미국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21st Century Communications and Video Accessibility Act”라는 법률에 서명하였습니다. 본 법률에 따르면 스마트 폰 등 휴대 전화기, 텔레비젼 등에서 청각 및 시각장애인이 불편이 없도록 반드시 접근성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스마트 폰의 경우에는 동 법률의 효력이 발생한 후 3년 이내까지 모두 준수토록 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접근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12월에 “소프트웨어 접근성 지침 1.0(TTAS.OT-10.0213, ‘06.12.27)”을 제정하였으나 관련 기업들이 활용하는 실태는 매우 저조한 실정입니다. 소프트웨어 인증 등에 관련 지침 등을 포함해 달라는 노력도 해 보았으나 여러가지 사유로 반영되지 못하였습니다.
“접근성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외국도 따라 잡기 힘드는데, 지금은 접근성을 반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는 것이 없습니다. 이래서는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제품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사례 –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접근성에 대한 연구 개발, 제품 개발 등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1) 애플의 접근성 노력
3) 구글의 접근성 노력
4) IBM의 접근성 노력
5) 오라클의 접근성 노력
6) SAP의 접근성 노력
이외에도 글로벌 비지니스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업체 들의 웹 사이트에서 접근성(Accessibility)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시면, 국내의 소프트웨어의 업체와의 차별성을 쉽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강화와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국내의 협소한 시장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상대로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정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접근성을 고려하지는 않고는 세계 시장을 상대로 비지니스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본 정책을 입안하시고 추진하시는 분들이 접근성을 고민하시고 추진하실 것이라 믿지만, 관련 분야의 정보를 찾고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느낀 바는 국내에서 접근성에 대한 부문이 많이 결여되고 있다는 우려에서 적어 보았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접근성을 지키는 것은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장애인이 편리하면 비장애인은 더 편리하게 되며, 접근성 준수는 기술이 사람을 도와주는 세상과 더 가까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끄러운 환경, 마우스를 쓰지 못하는 환경, 운전을 하는 경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느니깐 말입니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가 개발될 수 있도록 접근성에도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삐돌이의 생각…
지식경제부 WBS(World Best Software) 프로젝트에 바라는 점 –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가 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접근성에 관심이 필요! [#a11y_kr] 접근성은 걸림돌이 아니라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기본 전제입니다!…
한 때, 장애인관련 연구기관에서 연구했던 사람으로 웹 접근성에 대한 좋은 글 많이 읽고 있습니다. 항상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